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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스즈메의 문단속 : 문 하나를 사이에 둔 운명

by time waits for no one_ 2024. 1. 10.

문 너머의 세계

규슈 미야자키현에 살고 있는 이와토 스즈메는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시고, 이모 이와토 타마키와 단둘이 살고 있다. 스즈메는 우연히 무나카타 소타와 만나게 되고, 소타를 어디선가 만난 적 있다는 생각에 소타를 쫒아 간다. 소타를 쫒아 온 곳에서는 낡은 문만 남아있다. 문을 열어보니 어릴 적 본 적 있던 밤하늘과 초원이 펼쳐져 있었고 스즈메는 문을 넘었지만, 초원으로는 갈 수가 없다. 그리고 그곳에서 고양이 석상을 발견해 그 석상을 뽑아 든다. 석상은 한순간에 생명체로 변해 도망가 버린다. 

 

하지만 잠시 후 낡은 문이 있었던 곳에서 정체모를 붉은 것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고, 다시 그곳에 갔을 땐 소타가 문을 닫고 있는 걸 발견한다. 둘이 힘을 합쳐 문을 닫는데 성공은 했지만, 석상이었던 고양이에 의해 소타는 의자로 변하게 된다. 이후 세 발 의자가 된 소타는 다이진을 쫒고, 스즈메 역시 둘을 쫒으면서 영화가 시작된다. 다이진을 쫒아 큐슈에서부터 고베, 도쿄를 다니게 되고, 둘은 일본을 위협하는 존재들이 빠져나오지 못하게 문을 닫는 일을 같이하게 된다.

스즈메 문단속 의미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에서 문은 이승과 저승의 연결 매개체라 할 수 있다. 처음에 스즈메가 문을 열었을 때 보았던 초원 역시 돌아가신 엄마가 있는 저승이었다. 이러한 때문에 스즈메가 문을 통과했을 때 저승을 마음대로 들락거릴 수 없어 초원에 들어가지 못했다. 이러한 설정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 피셜로 한국 드라마 '도깨비'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그리고 문은 이승과 저승의 연결점만을 표현한 것이 아니라 재난을 만나 다시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들을 기억하고 그 고통을 공감하는 의미를 지닌다.

 

스즈메의 문단속에서 소타가 변한 의자는 스즈메의 엄마가 세상을 떠나기 전 스즈메에게 만들어 준 선물이다. 이 의자는 다리가 3개인데 이렇게 의자 다리가 하나 없는 이유는 스즈메 역시 재난을 겪었던 가정이었고, 스즈메 엄마 역시 재난으로 인해 세상을 떠났다. 의자 역시 재난을 겪으면서 의자를 잃어버렸는데, 그때 다리 하나는 이미 사라진 상태였다. 

 

'스즈메의 문단속'에서 고양이는 자연과 닮은 캐릭터라고 한다. 자연은 평상시 우리에게 평온함을 선사하지만 분노하게 되면 무시무시한 결과를 초래한다. 영화 속 다이진은 스즈메가 사랑하면 통통해지지만, 스즈메가 좋지 않은 말을 하면 홀쭉하게 변한다. 자연 역시 우리가 아끼고 사랑을 주면 우리에게 안락함을 주는 존재지만, 훼손하거나 신경 쓰지 않는다면 기후 변화나 재난을 겪게 한다는 점에서 고양이와 많이 닮았다고 한다. 

잃었지만, 잊지는 말자

'스즈메의 문단속'은 영화 속 의미를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숨겨진 메시지와 영화의 연결이 너무 좋다고만 생각이 든다. 특히 일본은 잦은 지진과 해일로 가족과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이 더욱 많을 거 같은데, 이를 공감하고 그 상처를 어루 만져준다는 기획에서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특히 재난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가족이나 터를 잃고 이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고민하고 슬퍼할 때 자기 어깨를 빌려주면서 여기 기대라는 대사는 마음 속 깊게 자리 잡았고, 감동 하였다. 내용적인 면에서도 감동과 유머가 함께 공존했지만,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답게 색감이나 영상미 역시 눈을 뗄 수 없었다. 특히 미미즈를 땅 속의 지렁이라고 하는데, 지렁이를 에너지화해서 표현한 점이 너무 참신했고, 그 미미즈가 평소보다는 더 큰 크기로 뱀처럼 똬리를 틀어 도쿄를 삼키는 장면에서는 OST까지 너무 적절하게 깔려, 몰입감을 더욱 심화시켜 주었다. 그리고 소타는 의자로 변했지만, 의자가 뛰어다니고 잠을 자고 하는 부분은 진지한 내용 안에 작은 유머요소로 사용되어서 귀여움까지 느낄 수 있었다. 앞서 말했듯이 '스즈메의 문단속' OST는 장면의 적재적소에 들어가 있는데, 영화가 흥행하고 나서 '스즈메의 문단속' OST 역시 많은 인기를 끌었던 걸 보면 음악적인 요소까지 놓치지 않고 잘 만든 영화라 생각된다. 나 역시 해당 영화를 보고 바로 OST를 플레이리스트에 담았고, 여전히 종종 찾아 듣는 음악이 되었다. 그리고 어른들이 봐도 전혀 유치하지 않은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온 가족 함께 봐도 좋은 작품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