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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잠 : 귀신없는 공포감

by time waits for no one_ 2024. 1. 12.

분위기가 압도하는 스크린 속

한밤중 수진(정유미)는 잠에서 깨어 멍하니 침대에 앉아있는 현수(이선균)를 발견한다. 현수는 갑자기 "누가 들어왔어."라고 중얼거린다. 이걸 들은 수진은 의아해하고 현수를 깨워보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다. 이내 쾅쾅 소리가 들리고 수진은 만삭의 몸으로 소리의 정체를 밝혀내고자 한다. 소리의 정체는 베란다 문에 긴 슬리퍼였는데, 현수의 발에 슬리퍼가 신겨져 있는 것을 보고 놀라게 된다. 다음날 아랫집에서는 수진의 집으로 이사 인사를 오게 되는데, 수진과 현수가 내는 층간소음을 호소하며, 주의를 줍니다. 아이가 있는 것도 아니엇기에 부부는 아랫집 여자의 말에 어이없어한다. 그날 밤 현수는 먼저 잠이 들고 이를 바라보던 수진, 갑자기 현수는 손톱으로 뺨을 심하게 긁어 상처를 낸다. 뺨은 피투성이가 되었고, 수진은 병원에 가보라며 걱정하지만, 배우였던 현수는 시간이 없다며 곧바로 촬영장에 가버린다. 하지만 촬영장에서 현수는 얼굴에 난 상처 때문에 배역을 잃게 된다. 배우로 입지를 다지지 못하자 현수는 공인중개사를 생각하지만, 수진은 현수의 재능을 언젠가 알아봐 주는 날이 올 거라며 현수를 응원해 준다.

 

현수는 밤마다 이상한 행동을 하는데, 이를 들은 수진의 엄마는 용한 무당에게 받아온 부적을 건넨다. 하지만 수진은 이를 거절하고 수면 클리닉을 방문한다. 현수는 램수면 행동장애를 진단받고 꾸준한 치료를 받기로 한다. 하지만 출산을 한 수진은 현수가 수면장애로 인해 딸을 위협할까 불안에 떨며, 욕실에서 잠을 청하는 행동까지 보인다. 결국 엄마를 통해 무당을 소개받았고, 무당은 현수가 남자 귀신에 씌었다고 말한다. 이를 쫓아내기 위해서는 귀신의 이름을 알아야 한다며 수진에게 이름을 알아내라고 한다.

 

수진은 귀신이 아랫집 할아버지라는 확신을 갖게 되고, 아이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몸을 다치게 된다. 그 때문에 현수는 수면클리닉을 다니고, 수진은 정신병원에서 치료 받게 된다. 시간이 지나 현수는 완치판정을 받았고, 수진 역시 정신병원을 퇴원했다. 현수는 집으로 향하지만 집은 온통 부적으로 덮혀있었다. 증상이 더욱 심해진 수진은 현수를 앉혀놓고 귀신에 씌였다는 증거를 프리젠테이션으로 보여준다. 프리젠테이션 내용에서는 현수도 모르게 굿을 진행했던 장면이 담겨있었고, 현수 속의 할아버지가 천도를 거부한다며 오늘 제대로 할아버지를 쫓아야 한다고 말하는 수진이다. 수진은 아랫집 할아버지 때문에 가정이 망가졌다고 생각해 아랫집 여자를 납치했고, 현수 앞에서 아랫집 여자를 인질로 삼고 협박을 한다. 현수는 아내 수진의 행동에 할아버지가 된 듯한 말투로 현수의 몸에서 나가겠다고 선언한다. 그리곤 현수는 수진에게 아랫집 할아버지가 진짜로 자신의 몸에서 나갔다고 이야기한다. 수진은 그제서야 안심이 되는 듯 현수를 안으며 쓰러지며 영화가 끝난다. 

영화 '잠' 해석

영화 '잠'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작품으로 첫 번째 해석은 현수가 귀신인 척 연기했다는 것이다. 현수의 직업은 배우로 다양한 연기 경험이 있기 때문에 할아버지인 척 연기를 해 아내를 안심시키고 가정을 지키려고 이러한 결정을 했다는 해석이 있다. 이와 반대로 진짜 현수가 귀신에 씌었다는 해석도 가능하지만, 다양한 장면을 조합해보았을 때 현수가 연기했다는 방향으로 해석이 기울고 있다. 그리고 수진의 산후우울증이라는 해석도 가능한데, 영화 '잠'에서는 현수에게 문제가 있는 것처럼 시작하지만, 수진의 산후우울증으로 인해 조금 더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이러한 상황을 만들었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두려움이 만든 환상

영화 '잠'은 귀신이 나오지 않는 공포영화라 참신했다. 매 순간순간 영화에서 주는 분위기가 공포감을 이끌었고, 두 배우의 연기 모두 몰입감을 증폭시켰다. 특히 정유미의 약간 미쳐있는 연기는 영화를 완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왔다. 무속신앙을 믿는 주제는 영화계에서 잘 보지 못한 것 같은데, 현실에서 무속신앙을 맹신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많이 들어보았기 때문에, 극 중 수진처럼 아이와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맹신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현수가 귀신에 씌이지 않았다는 전제로 보면, 돈을 벌기 위해 사기치는 무당도 많기 때문에 현실성이 있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소름이 돋았다. 무서운 귀신이 단 한 장면도 없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귀를 막고 눈을 감았다. 그만큼 공포감은 충분한 영화이니 귀신이 나오지 않는다고 공포감에 대한 기대를 낮출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연기와 분위기, 내용 모두 좋았던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