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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내 머리 속의 지우개 : 기억 속 사랑이란

by time waits for no one_ 2024. 1. 15.

내 머리 속의 지우개

 

감독 : 이재한

국가 : 한국

상영 시간 : 117분

장르 : 멜로, 로맨스, 코미디, 드라마

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개봉일 : 2004년 11월 5일

 

등장인물 

 

최철수 - 정우성 : 건설 현장 감독으로 고집 세고, 까칠한 캐릭터지만 누구보다 현장에 대한 열정이 가득하다. 부모님에 대한 원망을 가지고 있고, 세상의 쓴맛을 너무 맛봤기에 사랑이란 크고, 강한 책임이 주어지는 것이라 믿는다. 

김수진 - 손예진 : 건설 사장의 딸, 의상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지만, 사랑에 대한 아픔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사랑을 주는 법을 아는 사람이다.

 

잃어가는 기억 속 채워지는 사랑

 

수진은 의류회사에서 디자이너로 근무하고 있다. 하지만 직장 내 상사와 사랑에 빠졌고, 상사는 유부남이었기에 사랑에 대한 상처를 받게 된다. 이 사실이 알려진 후, 회사에서도 일상에서도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유부남에게 버림받던 날 저녁 슬픔을 가득 앉고 편의점에 들러 콜라를 사게 된다. 하지만 평소에 건망증이 심했기도 했고, 정신이 없던 수진은 콜라와 지갑을 편의점에 두고 오게 된다. 편의점에 물건을 두고 온 걸 알게 된 수진은 다시 편의점으로 향하게 되고, 편의점 문 앞에서 자기 콜라를 들고 있는 철수를 보게 된다. 수진은 그 자리에서 철수 손에 있던 콜라를 빼앗아 먹고 트림까지 해버린다. 하지만 그 콜라는 편의점에서 철수가 직접 산 콜라였고 수진이 산 콜라는 알바생이 보관 중이었다. 

 

수진은 아버지를 따라 건축 현장에 가게 되고, 건축 관련 일을 하고 있던 철수를 그곳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다. 이후에도 수진의 회사에 인테리어를 도와주러 철수가 가게 되고, 수진은 철수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그에게 눈에 띄기 위해 철수가 자주 가는 포장마차를 지나가고, 같이 술을 먹게 되면서 둘은 교제를 시작한다. 많은 추억을 쌓기도 하고,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결국 혼인을 허락받고 둘은 결혼하게 된다.

 

수진은 27살로 결혼 이후에도 열심히 직장 생활을 이어가지만,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건망증에 걱정한다. 병원에 간 수진은 알츠하이머라병이라는 진단을 받게 되고 수진과 철수는 많은 시련을 겪게 된다. 특히 철수가 결혼하고 싶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가 수진을 책임질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는데, 철수는 수진이 알츠하이머라는 병에 걸렸음에도 수진을 끝까지 책임지며 함께 하려고 노력한다. 이러한 노력이 두 사람의 사랑을 더욱 아름답게 보여주고, 어쩔 수 없는 현실에 대한 먹먹함을 자아낸다. 

 

수진은 철수의 기억이 점차 지워져, 집으로 찾아온 전 애인 영민을 남편으로 착각하게 된다. 이를 본 철수는 화에 영민을 때리고 만다. 이날은 철수 엄마의 생일로 많은 가족이 모여있는 자리였고, 수진이 모든 가족 앞에서 오줌을 싸고 말지만, 그 모습까지 철수는 지켜주려 한다. 수진은 점점 더 증상이 심해지는 걸 깨닫고 철수에게 편지 한 장 남기고 집을 떠나버린다. 긴 시간이 흘러 강릉에서 온 편지 한 장, 수진이 철수에게 보낸 것이다. 편지를 받자마자 철수는 곧장 그 편지를 보낸 강릉으로 떠나게 되고, 한 요양병원에 있는 수진을 보게 된다. 이제는 자신을 알아보지도 못하는 수진이지만, 기억을 꺼내주고 싶어 편의점에서 만났던 첫날을 재연하게 되고, 잠시 기억을 되살린 수진은 "여기가 천국인가요?"라고 묻고, 철수가 수진을 차에 태우고 떠나며 영화가 마무리된다.

 

사람을 바꾸는 사랑

영화 '내 머릿속의 지우개'는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사랑받는 멜로 영화 중 한 작품이다. 특히 "이거 마시면 나랑 사귀는 거다."라는 명대사는 패러디나 가요 제목, 가사에서도 많이 등장하면서 여전히 명작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를 처음 본 건 아니지만, 여전히 수진인 자신의 머릿속에는 지우개가 있어서 철수를 기억하지 못할 거라며 헤어지자고 말하는 장면은 잊을 수 없다. 그리고 철수의 대답으로 "내가 다 기억해 줄게. 네가 다 잃어버리면 내가 짠 하고 나타나서 다시 꼬시는 거야. 어때? 죽이지? 넌 평생 연애만 하는 거야." 대사는 덤덤해서 더욱 슬펐다. 비주얼적으로도 완벽한 영화지만, 사랑이 무엇인가 생각하게 해주는 영화이다. 27살 여자의 알츠하이머라는 흔치 않은 주제로 절절한 사랑을 볼 수 있었던 그리고 사랑의 개념을 영상화시킨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다.